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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S의 활용 분야 (III) ChIP-seq

후성유전체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자마자, 몇 가지 후속 프로젝트가 개시되었다. NGS를 개발하는 과제를 공모하였고, 개인 간의 유전 변이를 카탈로깅하는 SNP/HapMap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개시되었는데, 그것이 Encyclopedia of DNA Elements (ENCODE) 프로젝트였다. 인간 게놈 30억 염기쌍을 해독하고 보니 약 1% 정도만이 단백질을 코딩하는 엑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EST 데이터가 충분히 모여 있었기에, mRNA 유전자를 정확히 알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전체 게놈의 절반 정도는 SINE, LINE, LTR 등의 반복서열인 것도 금방 알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나머지는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이 인간 게놈을 해독한 이후에 남는 가장 큰 의문이었다. 일부는 아주 오래된 반복 서열이라서 너무 많이 변형되어 반복 서열인지 알아 낼 수 없는 것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아마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거나, 염색체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요소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문제는 이런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실험 기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2001년 생쥐의 게놈 서열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해독되었고, 이를 인간 게놈과 비교해 보니, 엑손 부위는 90% 이상의 상동성을 갖는 반면에 인트론 부위의 상동성은 50%로 매우 낮았다. 그런데, 엑손이 아닌 부위 중에서 75% 정도의 상동성을 보이는 부위가 유전자 부위 주변에서 발견되는 것이었다. 특히 전사개시 부위 주변의 프로모터에서 주로 발견되어 전사인자가 결합하는 부위로 인지되었다. 이를 확인하는 실험 기법이 고안되었는데, 당시에 유행하던 microarray chip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즉, 단백질 전사인자가 프로모터 부위에 결합하고 있는 상태에서 formaldehyde를 처리하여 단백질과 DNA를 공유결합으로 결합시키고 잘게 쪼갠 다음에 단백질 전사인자에 대한 항체로 침강 반응을 유도하면, 전사인자가 결합한 프로모터 부위의 DNA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chromatin immuno-precipitation (ChIP)이라고 한다. 이렇게 얻어진 조각 DNA를 준비된 microarray chip에 hybridize시키는 것이다. Microarray chip에는 게놈 상에 예측된 유전자의 프로모터 서열을 미리 심어 놓으면, 어느 프로모터가 주어진 전사인자에 결합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를 ChIP-chip이라고 하였다. 이 실험을 통하여 전사인자 결합 부위는 인간과 생쥐 사이에 잘 보존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ChIP-chip 기술은 다른 microarray 기술과 마찬가지로 이미 알고 있는 부위만 조사가 가능하다는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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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갖고 있었고, NGS 기술의 대두로 ChIP-seq이라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이제는 꼭 프로모터 부위일 필요가 없고, 전사에 관계하는 어떤 단백질이든지 그 항체만 있으면 ChIP을 하고 시퀀싱하여 그 결합 부위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염색체는 8개의 히스톤 단백질을 실타래처럼 휘감고 있는 nucleosome 구조와 이들이 패킹된 크로마틴으로 이뤄져 있다. 히스톤을 휘감고 있는 nucleosome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으면 전사인자 등이 접근하기 어려워서 발현되지 않고, 띄엄띄엄 존재하면 열린 크로마틴 구조라고 하여 전사가 되는 부위이다. 히스톤에는 있는 아미노산 잔기들은 다양한 화학적 수식을 가변적으로 받는데, 이 상태에 따라 크로마틴이 열리느냐 닫히느냐가 결정된다. 히스톤의 특정 수식 부위에 특이적인 항체를 이용한 ChIP-seq을 이용하면 이러한 변화와 유전자 발현과의 관계를 추적할 수 있다. DNA는 1차원적인 서열로만 인식되기 쉬운데, 핵 안에서는 3차원의 접힘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멀리 떨어진 enhancer와 같은 조절인자가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은 DNA 접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열 상에서 멀리 떨어진 두 부위가 공간 상에서 가까이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을 밝히는데도 ChIP-seq을 응용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ENCODE 프로젝트는 위와 같은 실험 기법들의 개발을 촉진하였고, 이러한 기법들을 동일한 세포주에 적용하여 얻은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들을 병행 분석함으로써, 유전자 발현 조절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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